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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 野球

19년만의 대결, 요미우리 자이언츠 vs 소프트뱅크 호크스 일본시리즈 1차전(센가 고다이 vs 야마구치 슌)

by 까메오레 2019. 10. 21.

 

*일본시리즈(日本シリーズ) 개막

일본시리즈가 시작되었다.

한미일 모두 이맘때쯤 되면 포스트시즌이 치러지는데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상위팀끼리 최강자를 가리는 단기전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정규시즌은 장거리 달리기, 포스트시즌은 단거리 달리기에 비교하면 될까?

한국은 한국시리즈, 일본은 일본시리즈, 미국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니 만큼 월드시리즈라고 부른다.

 

 

*일본시리즈는 어떤 팀이 붙나?

일본은 프로야구팀이 총 12개가 있으며 우리나라와 달리 각 6개 팀씩 2개의 리그(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가 있다.

일본프로야구는 1936년 1개의 리그로 시작했고, 1950년부터 2리그제가 실시되었다.

일본시리즈는 같은 리그의 팀과 25경기씩, 다른 리그의 팀과 3경기씩 치러(セ・パ交流戦, '세파 교류전'이라 부른다. '세파'는 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의 앞글자를 딴 발음) 연간 총 143경기를 치르며, 1위부터 3위에게는 각 리그의 최강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를 일본에서는 클라이맥스 시리즈(クライマックスシリーズ)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리그의 최강자를 가린 후, 각 리그의 우승팀이 7전 4선승제로 대결을 하는데 이것을 일본시리즈라 부른다.

과거에는 정규시즌1위팀끼리만 바로 일본시리즈를 치렀으나, 프로야구의 흥행을 위해 더욱더 치열한 순위 경쟁을 유도하고자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생겨났다.

 

 

*ON시리즈 이후 19년만의 대결, 요미우리 자이언츠 vs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하라 타츠노리와 구도 기미야스

올 시즌엔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 센트럴리그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스 호크스가  클라이맥스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 팀은 일본시리즈에서 19년 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이 대결은 'ON대결'이라 불리었고,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당시, 팀의 감독이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나가시마 시게오(長嶋茂雄), 다이에 호크스(소프트뱅크의 전신)는 오 사다하루(王貞治, 왕정치)였기 때문이다.

 

현역시절의 오 사다하루와 나가시마 시게오

*ON시리즈

일본야구를 접해본 사람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인 나가시마와, 오 사다하루는 1960년대와 70대의 일본야구의 전성시대를 이끈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플레이어다.

나가시마와 왕정치는 현역시절, 일본 프로야구의 팬 절반이 요미우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와 전력을 자랑했던 요미우리에서 1965년~1973년까지 9년 연속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운다(이를 V9시대라고 한다). 요미우리는 이 둘의 활약에 힘입어 절대적인 인기와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이 현역 은퇴 후, 많은 세월이 흘러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일본 최강자를 가리는 일본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감독 시절의 오 사다하루와 나가시마 시게오. 2000년 세기의 ON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이 시리즈를 오 사다하루(OH)와 나가시마(NAGASHIMA)의 이름 영문 철자 앞글자를 따서, 'ON시리즈'라 부른다. 현역시절에도 이 둘은 오 사다하루가 3번 타자 , 나가시마가 4번 타자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ON포(ON砲)'라 불리기도 했다.

통산 868홈런을 기록한 세계의 홈런왕 오 사다하루와 헛스윙을 할 때 두 발이 돌아가고 헬멧이 날아갈 정도의 혼을 담은 플레이로 일본 열도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나가시마의 대결은 언론과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20세기 마지막이었던 2000년 당시의 대결은 1,2차전을 호크스가 승리했으나 이후 내리 4경기를 요미우리가 잡으면서 4승 2패로 요미우리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요미우리 시절의 구도 기미야스. 현 소프트뱅크 감독

당시 ON시리즈에 뛰었던 선수들이 지금도 구단에 남아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소프트뱅크의 감독 구도 기미야스(工藤公康)는 당시 요미우리 소속으로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나왔으며 요미우리의 감독 하라 타츠노리(原辰徳)는 당시 요미우리의 수석코치였다. 그리고 당시 호크스의 감독 오 사다하루는 현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회장이며, 나가시마는 요미우리 종신명예감독을 맡고 있으니 과거와 현재의 주요 인물이 모두 양 구단에 남아있는 셈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어떤 팀?

 

요미우리 자이언츠(読売ジャイアンツ)는 일본프로야구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팀이다.

교진군(巨人軍)이라 불리기도 하는 요미우리는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이 선망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이며, 신인 선수가 요미우리에 입단하기 위해 드래프트 재수를 할 정도로 그 인기와 명성,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2019년 기준으로 역대 리그 우승 46회, 일본시리즈 우승 22회로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한다. 우리나라의 이승엽,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선수가 활약하여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팀이다.

모회사 요미우리 신문(読売新聞)은 전 세계 발행부수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사이며,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수를 걸출한 선수들을 사모으는 구단으로도 유명하다. 돈으로 다른 팀의 4번 타자를 사모으기 때문에 모든 팀들의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MLB에서 악의 제국이라 불리는 뉴욕 양키스 같은 팀이라 보면 될 듯). 홈구장도 일본의 중심인 도쿄에 있다(도쿄돔). 이승엽도 전성기 시절, 이 팀에서 우승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의 꿈을 버리고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라 타츠노리

올해는 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하라 타츠노리(原辰徳)가 3년만에 감독으로 복귀하여 팀을 5년 만에 우승시켰다. 하라는 요미우리에서 데뷔하여 현역 통산 382홈런을 치며 팀의 인기스타이자 주축 선수로서 활약했다. 2002년부터 요미우리에서만 3번이나 감독을 맡았으며 13년 재임 기간 동안 팀을 리그 우승 8회, 일본시리즈 우승 3회로 이끌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어떤 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福岡ソフトバンクホークス)는 후쿠오카를 연고로 하며(야후오크돔), 재일 한국인 3세 손정의(孫正義, 손 마사요시)가 회장을 맞고 있는 통신회사 소프트뱅크를 모기업으로 둔 팀이다. 1994년 오 사다하루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팀 전력이 강해졌으며, 최근 5년간 일본시리즈를 4번이나 제패, 퍼시픽리그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역대 리그 우승 20회, 일본시리즈 우승 9회) 

이대호, 이범호 등 한국인 선수가 활약하기도 했고(2015년 일본시리즈에는 이대호가 시리즈 MVP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용병으로 활약했던 릭 밴덴헐크가 현재 팀에서 주축 투수로 뛰고 있다. 

구도 기미야스

감독은 현역 통산 200승을 기록한 좌완투수 구도 기미야스(工藤公康). 2015년부터 팀을 맡았고, 4년동안 리그 우승 2회, 일본시리즈 우승 3회의 성적을 남겼다.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데뷔하여, 다이에 호크스(소프트뱅크 전신),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구도는 무려 29년 동안 현역으로 뛰었다.(역대 1위 기록)

 

 

*1차전, 센가 고다이 VS 야마구치 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1, 2차전은 종료되었다. 19년전과 같은 흐름이다. 1, 2차전을 소프트뱅크가 승리했다.

일본시리즈 1차전 결과

1차전 선발은 소프트뱅크가 센가 고다이(千賀滉大), 요미우리가 야마구치 슌(山口俊)이었다.

 

센가 고다이

센가 고다이는 육성선수로 입단해 1군 정식 선수까지 올라간 연습생 신화를 쓴 선수이다. 사무라이 재팬(일본대표팀)에도 발탁될 정도로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다. 팀의 1선발로서 개막전, 일본시리즈 1차전 선발을 맡으며 주가를 올려가고 있다.

올 시즌 들어와 센가의 구속이 점점 빨라져 최근 빠른볼 구속이 160km을 넘어섰다. 센가의 주무기는 빠른 공만이 아니다. 그의 포크볼은 '괴물 포크(お化けフォーク)'라고 불릴 정도로 그 낙차가 엄청나다.

올해 180.1이닝을 던져 13승 8패, 탈삼진 227개, 방어율 2.79를 기록해 4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다.

 

야마구치 슌

야마구치 슌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FA로 요미우리로 이적한 선수다. 올해 스가노 도모유키가 빠진 공백을 잘 메우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해 170이닝을 던져 2019시즌 15승 4패 188탈삼진, 방어율 2.91을 기록했다.

 

1차전은 올해 은퇴를 선언한 아베 신노스케(阿部慎之助)가 홈런을 치며 분전했지만, 그라시알의 역전 투런 홈런과 센가 고다이의 역투로(7이닝 투구수 106개, 탈삼진 8개) 소프트뱅크가 1차전을 제압했다. 

 

2회초 솔로홈런을 치는 아베 신노스케
2회말 역전 홈런을 기록한 그라시알
선발대결에서 밀린 야마구치 슌
센가의 역투
포효하는 센가 고다이
히어로 인터뷰하는 센가 고다이
1차전 승리투수 센가와 구도 감독
1차전을 제압한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에서 에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하다.

강대강 대결에서 소프트뱅크가 이겼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지만, 1차전을 가져간 팀이 우승할 확률이 더 높다.

물론 19년 전의 대결은 1, 2차전을 요미우리가 내주고도 역전 우승했다.

 

스포츠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올 시즌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두 팀의 대결이니만큼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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